
참석자 : 인터뷰이 – Su Hlaing(H), 인터뷰어 – 김진희(J), 통역 – Thant Thadar Phyu
J.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H. 제 이름은 수 훌라잉이고 2021년 양곤에서 아들과 함께 매솟으로 왔습니다. 쿠데타 초기에 탈출했는데 방콕으로 가려면 돈도 많이 들고 공인받지 않는 신분으로는 갈 수 없기 때문에 매솟으로 오게 됐어요.
J. 처음 매솟에 왔을 때의 마음이 궁금해요.
H. 처음 3개월간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아들과 둘만 있었던 불안감이 컸어요. 이후로는 매솟에서 하는 여러 활동과 교육에 참여하면서 에코 프린팅 수업도 듣고 이걸로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안정감을 찾았던 것 같아요. 매솟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 덕분에 적응도 할 수 있었고요.
J. 핑크카드는 언제 갖게 되셨나요? 핑크카드와 경찰 카드의 차이는 뭔가요?
H. 첫 3년은 경찰 카드만 인정이 되었다가 작년 2024년도에야 핑크카드를 갖게 됐어요. 경찰 카드 소지자는 카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검문을 받을 때마다 휴대폰 번호를 확인해서 신분확인을 하고 돈을 받고 싶어 하는 경찰을 만나면 돈을 쥐여줘야 되죠. 못 쥐여주면 경찰서로 끌려가기도 하는 상황이 되고요. 핑크 카드 소지자가 되면 매솟의 사업장에서 일할 수도 있고 의료보험 적용도 받아서 병원 치료를 하는 데 돈이 많이 들지 않으니 훨씬 나아진 상태가 됐어요.
J. 미얀마에서는 20년 동안 행정, 금융, 자원 개발과 환경보존 분야 공무원으로 일하셨는데 미얀마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매우 역동적이었다거나 너무 위계적인 구조라 힘들었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도 좋고요.
H. 미얀마 정부는 쿠데타 이전에도 대부분 군부가 관리자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어요. 그들의 규칙에 따르기만 한다면 별문제가 없고, 규칙에 따르지 않을 때는 그들이 문제를 만들어 내죠. 저는 20년 차 공무원이라 아래에 일하는 사람들도 워낙 많고 해서 격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문서를 직접 작업하는 경우도 없었어요.
J. 미얀마에서 공무원의 지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H. 미얀마에서의 공무원은 정부가 집도 제공해 주고 저처럼 연차와 직급이 높은 공무원의 경우는 차량도 제공이 되어서 별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었죠.
J. 여러 분야에서의 경험 중 가장 자신에게 맞는 업무 분야는?
H. 여러 분야의 업무를 해보았지만 그중엔 행정업무가 가장 저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J. 제로 자살 캠페인 자원 활동을 하셨는데 지금 상담활동과 어떻게 다를까요?
H. 제로 자살 캠페인은 온라인(전화상담)으로 활동했고 우울, 자살 충동, 잠을 잘 못 자는 사람 등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데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무척 많아 힘들었어요. 특히 자살이 밤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어요. 한번은 약을 많이 먹고 전화를 해와서 ‘죽지 마라, 살 수 있다’라고 말리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매솟등대센터의 상담은 온라인 상담(전화 상담)과 대면 상담을 함께 하기 때문에 자살방지 활동가로 일하는 것보단 훨씬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J. 상담 보고서를 보면 Su가 맡는 내담자는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정신적 고통이 큰 분들이 내담자가 되는 것 같은데 내담자 배정 방법이 궁금해요. 이렇게 해결하기 어려운 내담자들과의 상담에 대해 Su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상담 후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말씀 부탁드려요.
H. 내담자는 저와 Shwe Waddy에게 차례로 배정되거나, 내담자가 직접 상담원을 선택하기도 해요. 이전에 자살 예방 캠페인에서 수많은 사례를 접해본 경험이 있어서 우리 내담자들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첫 상담 때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요. 그러고 나서 이 내담자에게 맞는 상담 기법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재상담에 적용하죠.
J. 이런 분들이 재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나요?
H. 전쟁 과정에서 GBV를 겪는 등 트라우마가 큰 내담자들의 초기상담이 재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요. 성폭력 내담자의 경우는 매솟상담센터의 상담 뿐 아니라 그룹 트라우마 프로그램, 생계기술훈련으로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있어요.
J. 상담원의 역할은 물론 경청하고 기다려주는 역할이긴 하지만 비전문가인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방법을 제시해 줬는데 왜 이리 말을 안 듣나 답답한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H. 지금까지는 말 안 듣고 고집 센 내담자는 없었고요. 저희 내담자 중에 가정 폭력을 심하게 겪고 있는 내담자가 있는데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슨 요리를 하는지도 잊어버리곤 해요. 상담을 하는 동안에는 안정감을 찾기 위한 운동 같은 걸 곧잘 따라 하지만 집에서는 하지 못하고요. 상담뿐 아니라 정신과 치료도 필요해서 메타오 병원의 아는 의사를 연결해 줬는데 아직 찾아가진 못했다고 해요.
대신 여기에 오면 ‘STOP’이라고 해서 카운슬링에 집중할 수 있는 루틴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이 내담자는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커피를 탈 때 물의 양, 젓는 횟수 등을 지정해 줘요. 마실 때도 맛을 느껴보라고 일부러 이야기해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각하게 하기 위해서죠. 그렇게 감각을 하면서 자신이 무슨 요리를 하는지 어떤 재료를 썰고 있는지 기억하게 하고 자각하라고 말해 줘요. 요즘은 그룹 카운슬링에 참여하고 있어요.
J. 이렇게 힘든 내담자들을 만나고 나면 일상생활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자신이 잘 극복하고 계신다고 생각하세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드셨나요?
H. 상담이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계를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해요. 또 외부에서 2주에 한 번 슈퍼비전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 슈퍼비전을 하는 동안 어떤 내담자와 상담을 했는지 이야기할 수 있고 무엇을 겪었는지도 나눌 수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기법을 알려주기도 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J. 목사님과도 일주일에 한 번 이런 활동하기로 했었는데 어찌 되고 있나요?
H. 초기에는 했었는데 요즘 너무 바빠서 못하고 있어요. 김은규 목사님과 슈퍼비전을 하면서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게 뭐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노래 부르는 거거든요. 지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싶을 때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어요. 주로 에코 프린팅 함께 하는 친구들과 가요.
J. Hlaing이 지원서에 썼던 내용을 보면 사람들의 삶에 진정한 변화, 내담자를 성장시키고 싶은 포부를 얘기해 주셨어요. 그렇다면 Hlaing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성장을 하셨나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H. 지원서에 썼던 내용처럼 내담자들을 성장시킬 수 있어서 좋고요. 예전에는 상담을 했을 때 안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상담뿐 아니라 그룹 카운슬링, 생계기술훈련으로 이끌어 줄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제 스스로의 변화를 말하라고 하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고 많은 내담자들을 상담해 주면서 저 스스로를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됐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줘서 좋습니다.
J. 앞의 질문과도 연결되는데 매솟에서 우리 매솟등대센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H. 매솟등대센터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상담뿐 아니라 다른 여러 활동들을 지원하고 있는 곳도 없고 GBV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도 흔치 않아요. 몇 개월밖에 안됐는데도 벌써 많은 내담자들이 방문했잖아요. 특히나 이곳 사람들은 대면 상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요. 전화상담은 얼굴을 보고 하지 않기 때문에 대면 상담보다는 마음을 열기가 어려운데 여기는 상담할 수 있는 독립공간이 있기 때문에 일단 안전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내담자들이 마음을 열어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어요. 그 만족감이 아주 큰 것 같아요.
특이한 상황이 한 번 있었어요. 저희가 facebook page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그걸 보고 일본에 사는 미얀마인(내담자 44번)이 전화로 상담을 요청했었답니다.
J. 공무원, 에코 프린터, 자살예방 캠페이너 등 많은 일을 경험하셨는데 매솟등대센터에서의 경험은 Hlaing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을 것 같나요? 매솟등대센터의 프로젝트는 언젠가 종료가 됩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종료된다면 Hlaing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것 같나요?
H. 일단은 상담활동이 제게 가장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상담을 계속하고 싶고요. 매솟등대센터의 역할이 너무 커서 모든 것들을 다 지켜나가고 싶은데 지원이 끊긴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뭔가를 계속할 것 같아요.

